유밍밍
"지폐에 기업가 넣자" 논의 시작할만한가 본문
배경: 한국의 지폐에는 조선시대 인물뿐이다. 1000원권 이황, 5000원권 이이, 1만원권 세종, 5만원권 신사임당이다. 유학자 아니면 왕, 5만원권에 여성이 한 명 포함됐다. 근대 인물이나 대한민국을 세운 현대 인물은 없다. 최근 일본에서 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새 지폐 3종을 발행했는데, 화폐 속 등장인물이 화제가 됐다. 1000엔권엔 의학자, 5000엔권엔 여성 교육자, 최고액 1만엔에는 기업인을 넣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화폐의 인물을 다양화하고, 특히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업인을 등장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가뜩이나 논란 많은 한국 사회에서 화폐 속 등장인물의 교체가 가능할까?
찬성의 의견:
화폐는 국가, 경제, 발전, 성장의 상징이다.
한 나라의 화폐는 국기와 국가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의 상징이다. 독립국가의 경제주권을 보여주는 최상의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고유의 지폐와 주화를 만들어 화폐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화폐에는 현대 한국의 인물이나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인물이 없다. 모두 조선시대 사람뿐이다.
모두 조선시대 인물만 등장시킨 화폐로는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 어떠한 경제를 지향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굳이 경제발전이 아니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는데, 지금처럼 유학자나 그 가족 중심의 등장인물은 그런 가치를 해내기 어렵다.
2024년 7월 일본은 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 새 지폐 3종을 발행했다. 1000엔권은 파상풍균 배양에 성공한 의학자, 5000엔권은 일본 최초의 여성 해외 유학생이었던 교육자, 1만엔권은 은행과 기업 등을 세워 일본 경제를 키우며 사회사업 등을 병행한 기업인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한 국가가 어떤 가치에 비중을 두는지 짐작할 만하다.
한국처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개방과 자유로운 교역·투자로 살아가는 나라라면 그에 걸맞은 가치를 지향하고, 화폐도 그래야 한다. 신권을 만들거나 고액권을 발행할 때 기업가 등 진취적 인물을 담아야 한다.
반대의 의견 :
가뜩이나 잡음 많은 한국 사회에서.. 평지 풍파 예상
지금 한국은 과도하게 분열돼 있다. 정치적 성향과 사회를 보는 관점에 따라 사사건건 진영 논리가 판치고 극한적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 전체가 ‘정치 과잉의 사회’가 되어버렸다. 굳이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진영 논리가 판친다. 이런 판에 국민 모두가 한마디씩 할 수 있는 화폐의 도안 문제가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각되면 차분하고 의미 있는 토론이 가능할까. 대한민국 건국과 이후 경제발전에 기여한 인물이 적지 않지만, 발자취가 있는 인사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정치적 인물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과학자나 교육자의 경우에도 진영 논리에 따라 추종 그룹과 배타적 세력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런 대립과 논란은 종교계나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교육·종교·언론계에서도 정치적 좌우보혁의 논리나 입장이 앞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공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경제계 인물로 기업인을 선정한다고 해도 삼성(이병철)·현대(정주영) 등을 비롯해 LG·SK·유한양행·두산 등 의미 있는 기업의 창업주가 많은 데 누구를 무난하게 정할 수 있을까.
나의 의견
종이 한 장이 모든 사적, 공정 거래에 따른 채권, 채무를 담보하고 해소하는 것은 나라가 보증하기 때문에 그만큼 화폐의 가치와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찬성의 의견처럼 자국에 기여한 새로운 기업가를 화폐로 남겨 신권 발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국에 기여한 기여도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의 반대적 의견에 더욱더 공감하는 입장이다.